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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설계자 <How Big Things Get Done>, 벤트 플루비야, 댄가드너, 를 읽고 생각한 것을 정리해봅니다. 2024년 12월 31일의 글이며, 2024년에 읽은 책 중에 두 번째로 영향을 많이 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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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99.5%의 프로젝트가 목표 달성에 실패하는가?”라는 빨간색의 자극적인 띠지를 보고 이 책을 집었습니다. 띠지에 낚이지 않으려고 노력하기에 반신반의하면서 책을 집어들었지만, 책 1장에 이런 내용을 보고 끌렸습니다.
258개의 프로젝트로 시작된 우리의 데이터베이스에는 현재 극지방을 제외한 모든 대륙의 136개국 20개 분야에서 수집된 1만 6,000개 이상의 프로젝트 관련 자료가 담겨 있으며, 지금도 계속 추가되고 있다. 최근 들어 이 숫자는 몇몇 주요 수정 작업을 거쳤으나(뒤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전체적인 개요는 똑같다. 모든 분야를 통틀어 비용이나 일정을 예상치에 맞춘 프로젝트는 전체의 8.5퍼센트뿐이다. 그리고 비용, 일정, 기대 편익까지 모두 충족한 프로젝트는 전체의 0.5퍼센트에 불과하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91.5퍼센트의 프로젝트에서 비용이나 일정 중 어느 하나(또는 둘 다)가 예상치를 넘어섰고, 99.5퍼센트의 프로젝트에서 비용·일정·기대 편익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목표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 사람들은 프로젝트의 비용과 일정이 원래의 예상을 초과하는 상황이 흔히 발생한다는 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다.
큰 프로젝트는 이렇게 실패 확률이 높고, 저 또한 큰 프로젝트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최대한 작은 프로젝트로 나눠서 개발하자고 이야기해요. 프로덕트를 만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 동의할 것입니다. 그러나, 야심찬 비전을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에는 리소스가 많이 듭니다. 리소스가 많이 드는 프로젝트라도 짧은 호흡의 개선으로 비전을 만들어갈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한 프로젝트도 있고, 짧은 호흡의 개선으로 비전을 만들어가더라도 초반 큰 설계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과 프로젝트의 시작 단계에서 “작게” vs “크게”를 논의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작게” 시작하는 것보다 “빨리” 라는 키워드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고, “빨리” 시작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계획이 부족한 채로 시작만 하게 됩니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큰 프로젝트는 규모가 아주 큰 메가 프로젝트입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사업, 몬트리올 올림픽,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히드로 공항 등 다양한 메가 프로젝트의 사례들이 나옵니다. 제가 경험하는 프로젝트는 이 정도 규모의 프로젝트는 없습니다만 (요즘 하는 일 중에 진짜 큰 프로젝트는 600명-800명 정도이기에 참여자가 많긴 하지만 건물 건축에 비할 것은 아닙니다), 여기 나온 벤트 플루비야의 이야기는 너무 와닿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일부를 옮기며 생각을 정리해봅니다.
사람들은 대형 프로젝트를 일정 내, 계획된 예산 내에 완료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빨리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흔히들 생각합니다. 바로 착공하고, 밀어 붙이고,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죠.

2019년 1월 29일에 찍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이 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지만, 이렇게 큰 건축물을 설계해본 경험이 없는 건축가에게 맡겨서 진행했으며, 시장은 본인 임기 내에 건축물이 완공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공사를 밀어 붙였고, 공사가 진행되는 중간에 프로젝트가 엉망이 되어 건물을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해 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공사 비용은 예산의 1400%, 기간은 거의 3배가 걸렸으며,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는 고생도 하고 갖은 모욕을 듣고 공사 중간에 떠났고 호주에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사례는 우리가 대형 프로젝트에서 마주하게 되는 대표적인 문제를 보여줍니다. 잘못된 초기 기획과 성급한 실행이 결국 재앙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프로젝트의 일반적인 실패 요인으로 반복됩니다.
책의 저자는 프로젝트를 "기획(planning)"과 "수행(delivery)"의 두 단계로 나누어 생각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영화에서는 ‘개발과 제작’이라고 표현하고, 건설에서는 ‘설계와 시공’이라 부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워터폴 방식을 다들 싫어하겠지만, 애자일 방식 내에서도 작게나마 우리의 일하는 방식 내에서는 기획하는 시간과 수행하는 시간이 나눠집니다. 이 책에서는 기획하는 시간을 충분히 들이라고 강조합니다.
프로젝트는 비전에서 시작된다. 다시 말해 이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할 멋지고 아름다운 무언가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를 그려내는 것이다. 이 비전을 충분히 조사하고, 분석하고, 실험하고, 세부 사항들을 검토한 뒤에 우리가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믿을 만한 로드맵을 갖췄다고 자신감을 얻기까지 사고하는 과정을 기획이라 한다. 기획은 대부분 컴퓨터, 종이, 물리적 모형 등을 이용해서 이뤄진다. 그 말은 이 업무가 상대적으로 값싸고 안전하다는 뜻이다. … 특별히 제약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기획 절차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별로 문제가 없다. 하지만 수행은 문제가 다르다. 수행 과정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일단 이 단계에 돌입하면 프로젝트 자체가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 100명이 넘는 사람이 개발할 프로덕트를 만드는데 비전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많이들 동의하실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비전이 얼마나 구체적이어야 하는지는 생각하는게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Goal만 명확하면, 언제든지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하지만,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개발하는 프로덕트라면 전 디테일한 것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아무리 디테일하게 써놨다고 생각해도 사람들마다 위키에 써있는 텍스트를 읽고 상상하는 것이 다를 수 있거든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처럼 디테일한 계획이 부족할 경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100명 이상의 팀이 협업하는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모든 팀원이 동일한 비전을 바라보기 위해 명확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정리하는 건 필수적이라 생각합니다.
프로젝트 기획 단계에서 디자인 시안을 만드는 것을 선호하지 않습니다만, 큰 프로젝트라면 디자인 드래프트도 만들어두는 것이 낫습니다. 괜히 사람들마다 다른 상상을 하는 것보다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제한할 수 있어도 드래프트가 있어서 오해할 포인트가 적은 것이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