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사에서 AI 해커톤을 진행했다. 기대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고, Gemini로 만든 다양한 프로토타입들은 꽤 그럴싸했다. 발표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 이건 생각보다 쉽게 만들 수 있겠는데?”
AI로 Product를 만드는 시대가 아주 가까워 졌을 순 있다. 며칠 전 Marty Cagan의 글을 읽으며 분명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노트에 남겨놨던게 생각이 나면서 뜨끔했다.
하지만 프로토타이핑은 몇 가지 해피 케이스와 단순한 비즈니스 로직을 표현하기에는 충분해도,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하고 다양한 요구사항을 처리해야 하는 라이브 서비스를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고해상도 프로토타입이 주는 그럴듯함 앞에서 나는 “쉽게 만들 수 있겠다”는 판단을 너무 빠르게 해버렸다.
왜 이런 판단의 오류가 생겼던 걸까? 예전에는 아이디어 검증하려면 적어도 몇 단계를 거쳐야 했다. 문서로 정리하고, 디자인을 논의하고,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구현 가능성을 따져보고, 프로토타이핑을 하더라도 그 시간을 들였다. 그 과정 자체가 자연스럽게 **“이걸 정말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반복하게 만들었다.
이제 AI가 그 중간 과정을 쉽게 건너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이디어는 곧바로 눈에 보이는 화면이 되고, 화면은 곧 가능성처럼 보인다. 프로토타이핑을 빨리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쁘건 아니다. 문제는 이 속도가 판단을 헷갈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화면을 기준으로 생각하다 보니, 이 아이디어가 어떤 문제를 풀고 있는지보다, 이 화면이 얼마나 그럴듯한지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이게 정말 가치있는 변화인가”를 물어야 할 타이밍에 질문이 “이 정도면 만들 수 있지 않나” 로 바뀌어버리는 것이다.

AI로 만든 프로덕트의 단골 주제인 ‘AI 여행 플래너’를 떠올려보자. 가고 싶은 도시와 날짜를 입력하면, 3박 4일 치 맛집과 동선을 지도로 그려준다. 버튼 하나로 호텔 예약까지 끝날 것 같은 유려한 UX의 프로토타입을 보고 있으면, “당장 서비스해도 되겠는걸?” 이라는 확신에 빠진다.
근데 진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들은 숨어있다.
화면을 만드는 데는 1시간도 걸리지 않았지만,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서는 여행자라는 고객의 니즈, 그들의 제약 조건을 파고 들어야 한다.